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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34세의 청년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앞집을 대출 없이 현금 62억 원에 매입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자수성가한 청년이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은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나치거나 놓칠 수 있는 '결여(빈 공간)'을 채워주는

 

 

"블랭크코퍼레이션"

블랭크코퍼레이션 로고, 출처: 블랭크코퍼레이션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인 남대광 대표는 일찍이 센스 있는 '영상' 콘텐츠 제작 감각이 탁월했다. 2013년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업체 '몬캐스트'를 설립하고, 이후 메이크어스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몬캐스트'와 '메이크어스'


이후 블랭크티비 설립하고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 그리고 영상 콘텐츠와 결합하는 전략으로 남성용 뷰티 제품 브랜드인 '블랙몬스터'를 시작으로 향수와 디퓨저를 판매하는 '에이노멀', 치아 케어 제품 판매 '닥터덴티', 피부 개선 전용 제품 판매 '닥터원더' 등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사명 블랭크TV에서 TV도 지웠다. TV라는 말이 주는 영상 회사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2018년 3분기 말까지 누적 매출은 980억 원에 영업이익은 155억 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영업이익은 134% 늘었다. 지난 2017년 연간 매출은 478억 원에 영업이익 100억 원, 순이익 153억 원이었다.


블랭크코퍼레이션 매출, 출처: 플래텀 '블랭크코퍼레이션, 연매출 980억… 1000억, IPO 눈앞'

 

블랭크코퍼레션은 무엇이 다른가?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이다. 기존의 업체들이 제품을 먼저 기획하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외주를 맡기는 반면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먼저 콘텐츠로 제작하기 용이한 상품을 기획하고, 위탁생산 한 뒤 다른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구조이다. 콘텐츠로 잠재적 고객에게 도달하고 SNS를 통한 고객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웠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경쟁력, 출처: 패션비즈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블랭크’ 


현재 '바디럽', '블랙몬스터'를 비롯한 뷰티, 패션 등 20개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발 각질을 제거하는 '악어발팩', '마약베개' 등 제품이 인기를 끌며 실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소비자들이 '바디럽'이나 '블랙몬스터'의 제품 콘텐츠에 공감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Made by 블랭크코퍼레이션"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결코 회사의 이름으로 제품을 브랜딩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브랜드 웹사이트도 통합이 아닌 브랜드 별로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블랭크에서 론칭한 브랜드 목록, 출처: 블랭크코퍼레이션

그렇다면 블랭크코퍼레이션은 회사차원에서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잠재적 구매자에게 조금 더 쉽게 자사의 제품을 어필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않은 걸까?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숨은 블랭크코퍼레이션, 그 아래 성장하는 브랜드

1. 일반인 리뷰 형식의 콘텐츠:

블랭크코퍼레이션이 기획하고 제작한 제품 홍보영상들을 보면 대부분 일반인들의 리뷰 형식이다. 광고지만 광고처럼 보이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고 객관적인 일반인들의 리뷰로 소비자들이 인지해주길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블랭크코퍼레이션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유료광고를 진행 시 브랜드 혹은 블랭크코퍼레이션과 직접적인 연관(예: 핑크인스타그램, 당신은 사실 잘생겼다 등등)이 없는 계정으로 집행한다.

기획한 브랜드 제품을 제3의 SNS 채널 계정을 통해 마케팅, 출처: 블랭크코퍼레이션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단순히 브랜드네임에 혹해 구매를 하거나 '연예인 광고 제품 = 브랜드'로 인식하고 구매하는 이전 세대와 많이 다르다. 본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간결하지만 공감 가는 영상과 튀지 않지만 센스 있는 문구로 접근할 때 겨우 시간을 내어주는 세대다. 그래서 블랭크코퍼레이션은 '학교나 거리에서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또래들'이 써보며 추천하는 제품에 오히려 더 반응하고 공감한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고객이 인터넷 쇼핑몰에 방문하여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서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이미 콘텐츠를 통해 상품을 사고 싶은 마음을 가진 고객’을 쇼핑몰에서 맞이한다.

 

2. 효율적인 브랜드 개별 관리:

현재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자체 브랜드 23개를 개별 운영하는 자사몰 판매와 올리브영, CU, 쿠팡, 네이버 쇼핑 등 외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판매 병행하고 있다. 자사몰 판매와 입점 판매의 비중은 8:2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이 브랜드 전체를 통합한 쇼핑몰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블랭크코퍼레이션보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자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랭크는 23개의 개별 브랜드를 개별 관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빠르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판단한 것 같다. 구글이 알파벳이란 모회사를 만든 과정을 보면서 블랭크코퍼레이션이 가졌던 고민을 유추해볼 수 있다. 구글은 알파벳 모회사 아래 하우스 오브 브랜드(멀티 브랜드 전략)를 만들었다. 하우스 오브 브랜드란 동일한 비중의 브랜드를 여러 개 보유 및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그전까지 유니레버(2004), P&G(2011) 그리고 코카콜라(2015)가 브랜디드 하우스(원 빅 브랜드 전략)로 브랜드를 통합하고 브랜드 아키텍처를 단순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대담한 접근이었다. 구글이 이러한 전략을 취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성장을 위한 효율 최적화가 가장 먼저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브랜드, 한 브랜드를 위한 예산 그리고 예산을 운영하는 한 명의 의사결정권자가 복수의 브랜드, 통합 예산 그리고 해당 예산을 운영하는 복수의 의사결정권자가 운영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것으로 본 것이다.


구글의 하우스 오브 브랜드, 출처: marketingweek

 

3. 리스크 분산:
이 접근방식의 또 다른 큰 장점은 리스크 관리로 볼 수 있다. 네슬레의 경우,  '네슬레'가 주는 오랜 역사를 통한 브랜드 밸류에도 불구하고 크게 회사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예로,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페리에'와 '세인트 펠레그리노' 제품이 모두 네슬레 제품인 것을 모른다. 한 제품이 '네슬레' 제품이라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로 명확하지만 반면에 한 브랜드가 구설수에 오르는 순간 빅브랜드 아래 있는 모든 브랜드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탄산수 페리에와 세인트 펠레그리노가 포함된 네슬레 음료제품 포트폴리오; 출처: 네슬레



이외의 이유로 M&A를 들 수 있는데 브랜드를 사고파는 것에 적극적인 네슬레의 경영 성향 상 빅 브랜드로 통합하는 것보다 각각의 브랜드로 운영되는 것이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블랭크코퍼레이션

지금까지 블랭크코퍼레이션은 국내에서 충분히 진가를 발휘했기에 앞으로 해외진출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무척 궁금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아시아로 해외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시장 진출을 구체화하며 북미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랭크코퍼레이션 해외진출, 출처: 모비인사이드 "블랭크코퍼레이션, 대만 법인 설립하고 아시아 3국 시장 진출"



대만은 전자상거래 매출 규모가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최근 3년간 평균 14%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 규모는 한국의 65% 수준인 36조이지만 인구수를 고려하면 한국보다 활성화된 상황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낮은 편이지만 눈에 띄는 성장률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연평균 22%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온라인 시장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홍콩의 경우 뷰티 제품 수출액이 전체 시장 중 30%대를 차지하며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블랭크코퍼레이션 남대광 대표는 “아시아 시장은 사는(live)국가는 달라도 사는(consume)행위와 문화는 잘 조성되어 있는 편”이라며 “나라별 시장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현지화된 솔루션으로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은 해외시장에서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다양한 브랜드들이 많은 화제를 일으키고 국내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신뢰를 갖게 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https://www.marketingweek.com/2015/08/11/why-google-new-corporate-brand-alphabet-is-a-huge-strategic-move/
Mark Ritson: Why Google's new corporate brand Alphabet is a huge strategic move – Marketing Week

http://blankcorp.kr/bbs/board.php?bo_table=41&wr_id=86
블랭크코퍼레이션 남대광 CEO 인터뷰 "현재 블랭크는 디지털 방문판매 회사" > news | 블랭크코퍼레이션

https://platum.kr/archives/110936
블랭크코퍼레이션, 연매출 980억... 1000억, IPO 눈앞 - 'Startup's Story Platform’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96169
남대광, '콘텐츠+커머스'로 '5천억짜리' 블랭크코퍼레이션 키우다

https://www.venturesquare.net/771205
누적매출액 980억 블랭크코퍼레이션 “내년엔 IPO 준비”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322725&memberNo=25324157
대기업 안부러운 복지 끝판왕 스타트업, 블랭크 코퍼레이션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print&idxno=107605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 남대광은 어떻게 이건희 앞집을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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