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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라면 보통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기획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해라" 대체 기획적인 마인드란 무엇이며 과연 그 기획과 디자인의 영역을 한 사람이 모두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일까? 디자이너들은 보통 일을 진행할 때 명확한 기획안을 가지고 일을 한다.



1. 웹디자인 / UIUX
웹 기획자가 스토리보드를 제작하고, 디자이너들은 완성된 스토리보드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한다.

- 웹기획자: 몇 페이지 구성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스토리보드를 기획한다. 스토리보드에는 각 페이지가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배치될 지 고객사와 협의한 내용이 들어간다. 현재 페이지가 회사소개인지 제품소개인지 즉, 홈페이지의 뼈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 웹디자이너: 기획자에게 전달받은 뼈대(스토리보드)를 토대로 디자인을 한다. 어떻게 해야 시각적으로 편리할지 사용자 관점과 시각적으로 잘 풀어내기 위한 미적 고민, 향후 퍼블리싱 단계에서 진행되는 모션까지 고려하여 세밀한 작업을 진행한다.



2. 브랜딩 디자인
브랜딩은 단지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떠한 기업(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잡아나가는 과정이다. 로고 디자인은 브랜딩 과정 중 하나일 뿐이며 브랜드가 탄생 혹은 리뉴얼되기까지는 단계별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 브랜드 기획자: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이기 전 가장 먼저 현재 브랜드가 어떤 카테고리(제품, 라이프스타일 등)로 시장에 나올 것인지 경쟁사와 타사 조사를 진행하고, 타겟팅 설정부터 향후 어떤 기대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기획한다.
- 브랜딩 디자이너: 사전조사 단계에서 기획자와 함께 브랜드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톤앤매너(브랜드 무드보드)를 잡아나가고, 방향성이 확정되면 키워드에 맞춰 브랜드의 철학과 의미가 로고에 담길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3. 편집디자인
편집디자인은 보통 카탈로그, 리플릿, 포스터 등 오프라인으로 출력되는 디자인을 말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카탈로그'로 얘기해보면

- 기획자: 웹디자인과 똑같이 어떠한 종류의 카탈로그인지(기업홍보용, 단발성 배포용) 그리고 몇 페이지 구성인지 파악하고 각 페이지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고객사와 협의하여 기획한다.  *주의할 점은 이미지를 받을 때에는  웹용이 아닌 인쇄용 고해상도 이미지를 받아야 한다.
- 디자이너: 카탈로그 페이지 구성안을 가지고 시각적/미적으로 고민하여 디자인을 진행한다. 보통의 단계가 웹디자인과 매우 유사하지만 차이점은 인쇄 후 사용목적, 접지방식, 후가공 등 실제 제작물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여 작업한다.

<웹디자인 과의 차이점>

- 웹디자인: 디자인 제작 이후 퍼블리싱/개발 단계를 고려한 작업
- 편집디자인: 인쇄에 맞는 타이포그래피(자간, 행간, 자평 등 세밀 조정), 제작 이후 인쇄를 고려한 작업
* 웹상에서는 코딩을 통해 텍스트가 구성되므로 세밀한 타이포그래피가 메인 작업은 아니다.


이렇게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차이는 분명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접점을 가지고 있다. 그 접점은 바로 기획자가 디자인적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하고, 디자이너가 기획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다. 어떠한 일을 할 때에는 늘 다음 단계까지 고려하여 작업에 염두해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필수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획자가 인쇄용이 아닌 웹용 이미지를 전달받아서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면, 해상도가 저하되어 인쇄물을 망칠 수가 있고, 디자이너가 퍼블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작업한다면 퍼블리싱 단계가 늦춰지고 홈페이지 오픈일이 늦어질 수 있다. 이렇게 각자의 명확한 분야에서 다음 단계를 고려한 작업이 서로 간의 '접점'이 될 수 있다. 만약 디자이너가 디자인(메인 업무)이 아닌 각 페이지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갈지 고민한다면 정작 자신이 맡은 디자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가진 회사에서는 별도의 기획자가 원고는 물론, 카피라이팅까지 직접 진행하고 기획에 대한 비용도 별도로 측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기업에 기획과 디자인까지 의뢰하기엔 비용이 2~3배가량 뛸 수 있기에 보통 규모의 기업에 디자인 가격으로만 의뢰한 채 기획을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콘텐츠가 들어갈지 내용조차 주지 않은 채,
"우리 기업이 가장 돋보일 수 있도록 제작해주세요!" 그럴 때마다 "죄송하지만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자체는 전달을 주셔야 디자인이 진행됩니다."라고 한다. "아니 근데, 디자이너가 직접 기획도 하고, 어떤 콘텐츠가 들어갈지 고민도하고 글도 쓰고 카피라이팅도 하는 거 아닌가요?"

(절대 아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지 글 도쓰고, 콘텐츠 제작까지 하지 않는다. 만약 저 위의 나열된 일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기획자+마케터+디자이너가 조합된 것인데,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만약 있다해도 세 가지 분야를 적당히 잘하는 것이지 절대 그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다.
괜히 전문 기획자, 전문 마케터, 전문 디자이너가 구성되어 최고의 팀을 이루는 것일까

최종적으로 결론을 낸다면, 디자이너의 기획적 마인드는 ‘이 디자인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가면 좋을지’ 또는 ‘이 문구는 이렇게 바꾸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방향성을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글도 쓰고, 디자인도 하고, 경영관리 까지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하는 것처럼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는 것은 필수이다.


 

“아니 디자이너님! 이 정도 디자인은 나도 하겠다”
“저 죄송하지만... 그 정도 기획은 나도 해요”


사실 나는 전혀 죄송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