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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봄날.

오랜만에 마주한 그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자사 연수를 마친 후 팀 배치되어 현업의 업무를 배우고 적응하며 조금씩 현업의 업무를 시작하고 있는...

각기 다른 팀과 직무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새롭게 풀어가고 있었다.

 

그룹 신입사원 과정의 멘토로 선발되어 2020년은 색다르게 시작했다.

처음 마주한 그 순간.

그들에게 나 자신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칠까.

그리고 어떻게 그들과 소통하며 더 나아가 그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과정 중에 문제나 변수는 발생하지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뒤엉켜 있었다.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채로운 것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한들, 내가 생각한 핵심 가치는 결코 변함이 없었다. 그 핵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과 집중을 한 시간이었다.

'사람'이라는 가치.

사람을 통해 직관적으로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고 느끼고 더 나아가 성장으로 연결되는.


'90년생이 온다'

혹시 모르는 조바심에 이 책을 통독했다. 내가 멘토링과 강연을 진행하며 만난 수많은 대학생, 취업준비생과 최근에 들어온 우리 그룹의 후배들과 지금의 신입사원까지.

각기 다른 생각과 색깔을 갖고 있지만, 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지극히 나의 주관일 뿐, 절대적일 수는 없다.


개개인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이다.

 

처음에 놀랐다. 팀 배치부터 신입사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모습에.

기본적인 전제조건만 제시할 뿐 그들이 자율적,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했다. 팀을 만드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적막은 잠시였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새벽의 경매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PR 하고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한 후 또 다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로 소통하고 팀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팀을 구성한 후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다양한 키워드로 본인을 소개했고 팀원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 그렇게 3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신입사원 과정의 큰 틀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라떼'에 비해 확실히 신입사원 자체를 통제하기보다 자율성에 그들을 맡기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도 뒤따르는 법인데 그들은 잘 헤쳐나갔다.

신입사원 과정 2주 차에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를 비롯해 운영진이 프로젝트 관련 전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 후 그들은 각각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팀을 나누었고 모든 것은 그들에게 맡겨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신입사원 과정 떠올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기들끼리 격 없이 친해졌고 위해 늦은 새벽까지 생했던 그때. 모든 것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놓여 있었다.

 

개인의 워라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프로젝트 난이도보다 준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다소 부족했다. 짜인 스케줄대로만 움직인다면.

나는 당연히 주어진 시간을 넘어서 신입사원의 패기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프로젝트 준비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오만이고 그 오만은 일순간에 깨졌다. 그렇게 나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를 재단하고 판단하는 모습'이 그곳에 투영되고 있었다. 단순히 '노파심, 그리고 후배들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구실로 나 자신을 안일하게 생각다.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분담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프로젝트를 하나둘씩 만들어가고 완성해 나가는 모습. 물리적인 시간이 중요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핵심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 구체적인 방안, 논리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신입사원이기에 부족한 부분이 물론 있었지만 내가 신입사원 과정에서 동기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보다 질적으로 향상이 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역량 자체가 높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 내 프로젝트를 가열하게 준비하고 쉬는 시간이나 하루 일정이 마무리면 누구보다 열심히 노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프로젝트보다는 신입사원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그룹 동기들. 서로의 인연이 훨씬 소중하다고 얘기했고 나 또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동기애도 프로젝트도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개인의 스토리가 디테일하고 확실하다.

 

요즘의 취업 시장은 모두가 알다시피 살얼음판이다.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공개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좁은 문을 들어가기 위해 취업준비생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신입사원 후배들과 면담을 통해 그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 팀원의 절반 이상이 '중고 신입'이라는 점이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를 들어보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좋은 기업들이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단순히 겉을 보기보다는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보니 각자만의 각기 다른 스토리가 있었다. 타인의 시선보다 본인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이루기 위한 노력, 도전과 실패, 성공. 개인의 삶이 주체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스토리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고 있었다.

단순히 학벌이 좋다고 무조건 프리패스로 통용되는 것이 아닌 본인 자신을 확실하게 알고 본인의 인생을 설계하며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본인의 스토리를 려줄 때 모두가 자신감이 넘쳤다. 참으로 그 모습이 대견스럽고 멋져 보였다. 나 자신을 다시금 아보았다.

 


 

2020년 새로운 시작.

3주간의 여정은 나에게 있어 다름의 가치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내면을 다지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다. 나 자신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확신을 더 할 수 있었다.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그들을 온전히 믿고 맡겼다. 나의 욕심이 그들의 새로운 시작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랐고 되려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색깔을 바라보고 느끼고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나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성장한 시간이었다.

'멋진 어른'

나의 아저씨 동훈을 바라보며 '닮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모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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