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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싱가포르는 강도 높은 도시 봉쇄가 (여기서는 Circuit breaker라 불립니다.) 4월 7일 이후 계속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5월 4일까지 였다가 6월 1일까지 연장되었고, 저는 2달간 아무도 못 만나고 집에만 있으며 끝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 정부의 Post Circuit breaker 정책을 보아하니. 사실상 도시 봉쇄가 한 달 더 연장된 거나 다름없었고, 원래는 Circuit breaker가 끝나고 시원하게 어땠는지 회고하는 형식으로 쓰려 했으나. 비판의식 마구 강하고 엄청나게 답답한 지금 글을 쓰는 것을 택했습니다.

 

저는 I LOVE SINGAPORE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약속 기본 3개였던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Circuit breaker를 헤쳐나가고 있는지와 의외로 이 기간이 제게 준 장점 그리고 조금 더 많은 단점을 이 글에 담고자 합니다. 아 또한 싱가포르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철저하게 룰을 따르는 FM 친구를 보는 것만 같은 답답함도 역시 담은 글입니다.



1. What is Circuit breaker?

쉽게 말하면 전체 도시의 Lock-down입니다. 외출 시 마스크 필수, 하우스 메이트가 아닌 이상 2명 이상 모이는 것 금지, 식당 안에서 밥 먹는 것 금지, 공공 및 개인 시설 폐쇄, 재택근무 등 사람 간의 접촉을 최대한 막는 것이죠. 원래 싱가포르는 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를 잘 통제했으나 3월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고, 점점 강도가 심해지다가 4월 7일 Circuit breaker라는 이름 하에 도시 락다운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권고 정도가 아니라 벌금의 나라답게 함부로 누구 만나 걸리기라도 하면 최대 $10,000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으로 지정해놓았죠. (아 감옥도 보냅니다.)

 

As of April 7, private social gatherings of any size, in homes or public spaces, are banned under the Covid-19 (Temporary Measures) Bill. You can becharged up to $10,000 for holding private or public social gatherings.

 

설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본 사례를 말씀드리면 커뮤니티 Q&A를 통해 누군가가 남친 여친도 못 만나나요?라는 질문에 화상 미팅을 솔루션으로 제공한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 제가 아는 두 싱가포리안 커플은 철저하게 전화나 화상으로 이 조그만 나라에서 롱디를 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싱가포르 법원에서 마약을 소지한 말레이시아인에게 화상으로 사형선고를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아 저한텐 운동하다가 마스크를 잠깐 빼고 있으니 싱가포리안이 다가와 마스크 쓰라며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죠.

 


재택근무 중 빨래 건조대를 활용해 만든 스탠딩 데스크

 


2. 아니 어떻게 살아가나요? 고립(?) 상태의 심경 변화?

저는 주말에 하루라도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 아주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처음 2-3일간은 정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답답함을 느꼈어요. 이때 상황을 원망하며 친구들한테 하소연도 하고 화상이나 전화하자고 조르기도 했죠. 그러다가 어차피 일어난 일 마음가짐을 바꿔야 이 기나긴 (당시에는 한 달이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두 달째... 그리고 세 달째 진입 중)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수양하려고 절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 만나는 게 금지된 이 기간을 잘 활용해보자"라고 다짐 아닌 다짐 후 락다운이 끝나고 눈에 보일 만한 것을 성과로 이루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무튼 두 달을 아래와 같이 살았네요.

(다행히 운동은 '혼자'하는 거 허용하는 싱가포르) 확찐자는 날 더 우울하게 만들 것이니 이번 기회에 미뤄왔던 운동 매일 하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꽤 열심히 했는데 고립이 장기화되면서 하기 싫은 날도 생겼습니다만 이런 날은 딱 만보만 걷자고 정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비단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상당한 건강을 주기에 제가 폭팔하지 않도록 잘 지키고 있어요(ㅋ)

혼자 있으면 별생각 다 들어요. 난 어떤 사람이지? 뭘 해야 행복하지? 등 꽤 철학적인 질문부터 썸남은 잘 지내나? 내일 아침 뭐 해 먹지? 등 생각의 꼬리 향연입니다.

아 썸남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썸남 다(응?) 끊겼어요 ㅋ 우리는 '괜찮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 피상적 사이니 괜찮아라고 위로 중이에요. (흑)

자랑할만한 건 미뤄왔던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코로나 발 주식 폭락 사태를 보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기 위해 금융지식을 유튜브로 쌓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제가 초큼 할 만해지면 글로 공유해 볼게요.) 이번 기회에 레쥬메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놓았어요.

주중 주말 경계가 없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이 가도 '아 잘 쉬었다' 하고 죄책감이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다 내 시간이 되다 보니까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이 들어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것이 사람이라고 나중에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지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이 생활에 적응은 되었습니다만 중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너무 한쪽에 치우치니 가끔 우울감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한 달 정도 더 남은 시점에서 나를 그나마 이 기간에 행복하게 했던 일들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에요.



3. FM 친구 싱가포르

FM 다들 아시나요? 룰 철저히 잘 따르는 사람을 저렇게 칭하는데, 싱가포르를 보고 있으면 융통성 없는 이런 친구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도시 봉쇄가 전염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두 달간 철저한 도시 봉쇄를 시켜놓아도 계속 감염자의 숫자가 나오는 것 보면 도시 봉쇄 없이 수많은 테스트, 추적을 통해 지역 감염 숫자를 많이 낮췄던 나의 조국과 자꾸 비교가 돼요. 그리고 이러한 정책에도 언론에선 별로 비판의 여론도 없고, 미국 같은 시위는 당연히 없는 싱가포르를 보고 있노라면 잘 사는 공산주의라는 싱가포르의 별명이 와닿습니다. 단지 비판하자 시위하자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과연 이 나라는 제시되고 수렴되는 나라인가라는 생각(혹은 사실)이 듭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아주 답답한 상황인데, 이 와중에 한국은 이 정도의 극단적인 봉쇄 없이도 잘 대처하는 것 같아 (최근 사태는... 또르르) 외국에서도 아주 뿌듯하게 (그리고 부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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