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회사에 나갔어요.“
“왜요?”
“그냥 나는 회사가 좋았어요. 딱히 주말에 할 일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회사에 나간 거에요.”
“그럼 회사에 나가서 뭐한 거에요?”
“뭐. 자격증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그랬죠.”
이것이었다. 이 사람이 지금 또래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사실이. 2007년 2800만원으로 평범하게 시작했던 그의 연봉은 2020년 현재 1억 6천을 상회하고 있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5.7배 연봉을 상승시킨 그의 비결은 늘 공부하고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깨어있었던 데에 있었다.
연봉을 높이면서 이직을 했지만, 또 자신의 경력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굳이 이직을 하는 데에 있어서 연봉을 높이지는 않는다. 그가 준비하는 이번 이직에서는 연봉이 그저 수평 이동(지금과 같은 수준의 연봉)만 되면 된다고 한다. 그럼 연봉도 오르지 않는데 왜 이번 이직을 준비할까?
“내가 지금 내 분야에서 거의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자격증을 3개를 가지고 있거든요. 근데 여기에서 부동산 관련된 지식이 있으면, 아마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이 없을 거에요. 근데 이 회사(새로 지원한 회사)에서는 부동산 관련한 업무를 할 수 있어요.”
그는 최근에 공인 중개사 시험을 치렀다고 했다. 관련한 시험 준비 공부는 하나도 못했고, 문과 쪽으로 공부나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문제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 시험을 봤을까?
“내가 꼭 무슨 공인 중개업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부동산 쪽으로 공부를 좀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한번쯤 이 쪽 분야가 어떤지 감을 익히는 차원에서 본 거에요.”
주말에 일이 없어도 회사에 나가서 지낼 정도로 회사가 좋았다는 그는 그 회사의 사장도 아니고, 사장 아들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냥 회사가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몇 년간 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그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을 땄고, 이것은 그가 지금까지도 그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고 있다.
그는 한 회사의 임원은 아니다. 펑범한 직원일 뿐이나, 자신의 또래 40대 초반의 경력자들이 받기 힘든 연봉을 받는다.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부서 이동을 고민하자 담당 임원이 그의 전배를 막기 위해서 연봉을 10% 정도 올려줬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일반 직장인으로서 그의 또래들이 받기 힘든 수준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고, 급하진 않지만 조심스럽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그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첫 입사한 대기업에서 기업 문화가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는 2년이 채 되지 않아 퇴사했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후 수 년씩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면서 늘 다음 이직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른 이후 그가 이직을 고려하는 때는 이렇다. 그 이직이 본인의 경력에 꼭 필요한 때. 재직했던 기업의 매출이 계속하여 하락세를 타고 있거나, 아니면 사회의 변화로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필요할 때, 그는 이직을 통해 그러한 시장의 요구를 그의 경력에 추가한다.
사람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그의 인생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전성기와 쇠퇴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듯이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그저 기도하며 기적이 일어나기 만을 바라며 머무르기를 희망하지 않고, 침몰의 위기가 느껴질 때 재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배로 옮겨 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회에서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용기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늘 끊임없이 사회를 돌아보고, 자신을 단련하는 일을 늦추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과일 것이다
커리어독립플랜 바로가기 (2020.09.10 김경옥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