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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VS 공무원
3군데의 대기업에 근무하며 느낀 것들

 영화 <더 배트맨>을 보면서 주인공인 배트맨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본인이 실현하고자 하는 정의에 끊임없이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 마치 신입사원 때 '이 회사를 다닐지 말지' 번뇌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0:1의 경쟁률을 뚫으며 그토록 들어오고 싶었던 회시였는데 어느 순간 퇴사 고민을 하고 있었다. 2010년은 금융권 취업을 위해 취업설명회, 취업캠프 등 열심히 쫓아다니는 시기였다. 애초부터 공무원 준비는 시작도 고려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합격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가 두려웠으며, 공무원보다는 대기업의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지만 당시만 해도 저녁 없는 삶, 업무강도 등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사람은 본인 선택하지 못한 것에 미련이 남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공무원, 공기업 등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생활비로 써가며 6개월간 책 쓰기에 도전했다. 매일 아침 스타벅스로 출근하며 하루 종일 초고를 쓰는데 전념했다. 퇴고까지 마무리를 한 후 80군데 가까이 되는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그중 1군데에서 연락을 받았다. 출판 계약을 마치고 재취업을 준비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였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대학교 교직원에 도전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운이 좋게도 사립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고 기획 및 예산업무를 맡게 되었다. 캠퍼스의 낭만, 저녁 있는 삶, 방학 단축근무 등 뉴 라이프가 펼쳐졌다. 몇 달 간은 참 만족스러웠다. 딱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쉬운 점이 한 가지씩 생기기 시작했다.

교직원을 그만두고 다시 대기업에 돌아오며 느낀 점은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저녁 없는 삶, 막강한 업무강도는 옛말이 되었다. 공무원 연금 또한 한 번 개정이 되면서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업무강도는 비슷한데 받는 급여는 2-3배가 차이 난다면 굳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단, 20대 초반에 공무원에 합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대학원에 만난 동기의 경우 군 전역 후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20대 중반에 9급에 합격했다. 40세가 되기 전 6급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업적으로 본인만이 갖는 사명이 없는 가운데 공무원을 선택하는 건 상당히 리스크가 있는 일이다. 교직원 경험을 한 것에 대해, 그만두고 다시 대기업에 온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새기며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