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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 보면 보고서를 쓸 일이 많다. 물론 직종이나 직급에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하다못해 행사 기획안이든 나같이 방송 원고든 글을 쓰고, 컨펌받는 일은 허다하다. 나는 엔지니어로 있을 당시에는 업무 매뉴얼 같은 걸 작성해 보기도 했고, PD로 일하면서는 매주 15분 내외의 방송 원고를 작성하고는 했다. 매주 썼으니, 2년밖에 일하지 않았어도 족히 100편은 될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삼성인력개발원으로 가게 되면서 맞이한 보고서 작성의 시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보고서를 생전 쓸 일이 없었으니 오죽했을까.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할 줄 아는 거라곤 정해진 양식에 따라 글자 크기, 폰트를 맞추는 정도였으니.

 

어쨌든 거기 있으면서도 영상 관련 원고를 쓰고는 했는데, 예전에 방송 일할 때 알던 선배가 했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초안이 가지는 가치

 

왜 초안은 까이기만 했을까?

일을 하다 보면 특히 영상 일이 그렇지만, 기획안을 가져가면 까이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비 전문가가 보기에는 글만 있으면 이게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고, 작성한 사람도 어렴풋이 그림만 그려질 뿐 최종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안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윗사람들은 기획안이나 원고를 까기 바쁘지만, 정작 초안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한다. A라는 임원이 영상을 만들라고 지시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PD나 제작사에서 고민을 해서 영상 구성안을 작성한다. 그리고 나면 작성된 구성안을 보고, 주제의 방향이라든지 들어가 있는 내용이라든지 표현방식이라든지 여러 가지 들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상은 만들어진다.

 

이렇게 처음 작성된 구성안의 역할이 상당히 큰데, 우리나라는 그 기획안이나 구성안에 대한 가치를 0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 유명한 것이 기획안이나 구성안은 공짜라는 인식이다. 영상 제작하겠다고 해서 고민을 해서 기획안을 가져가고, 수정을 거치고 거쳐 최종 원고까지 만들어졌는데, 영상 제작이 취소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에 하시죠'라며 정리해 버리는 문화. 이런 걸 너무 많이 봐와서인지 어떤 업체들은 아예 예산이 얼마인지 집행을 할 건지 계약을 다 하고 시작하기도 한다. (이게 맞는 거지)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도 다르지 않다. 윗사람이 이야기한 내용을 어떤 식이든 정리해서 가져가는 초안. 그럼 거기서 시작되는 수정 작업. 이를 통해서 보고서가 완성되는 것이고, 윗사람과 코드(?)가 맞춰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초안이 가지는 가치를 잊고 산다.

 

초안이 없으면 최종안도 없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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