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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완벽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가장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었지만, 반대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자주 나의 한계를 체험했다. 매일 비슷한 단어 위주로만 주로 쓴다고 느낄 때도 많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다 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 오는 답답함과 좌절감은 나를 깊은 한숨 속으로 빠트렸다.

 

내가 한참을 그런 딜레마 속에 빠져 있을 때 엄마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셨다. “은혜야, 이 세상에 완벽한 절망이란 없대. 곧 완벽한 행복도 없다는 소리겠지만.”

 

엄마는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묻지 않으셨다. 하지만 묻지 않으시고도 이미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고 있던 나의 절망을 단번에 알아차리신 것 같았다. 나는 그때부터 힘들 때마다 엄마가 해주신 말씀을 자주 되뇌며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절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모든 고통도, 행복도, 완벽하게 나를 점령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건 나에게 큰 위로였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상에 완벽한 글이란 없고, 이야기에 완벽한 창작이란 없었다. 지금은 21세기다. 동네 도서관에만 가도 이미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중에서도 정말 사람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를 찾아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창작의 고통은 있고, 그런 고통들이 조금이라도 더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거 역시 모두 다 내 머릿속에서 100% 처음 탄생한 건 아니었다. 언젠가 내가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 또는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얻어 나만의 색깔과 이야기로 다시 글을 써서 드는 것뿐이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문장을 고치는 일에 완벽한 수정이란 없다. 다만, 이쯤에서 멈추는 것뿐이다.’ 

 

글을 쓰는 게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가. 힘들어도 이건 나의 한계고 실력이라 인정하며 다가오는 좌절감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가. 애초부터 완벽한 글도, 정답이 적힌 수정 답안지도 없는데 나는 여전히 글을 쓸 때마다 주관식 문제를 풀고 누군가에게 채점받는 그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느 것도 완벽한 건 없는데, 나 스스로 완벽한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 속에 행복도 그런 것 같다. ‘대학에 합격하면, 이번에 취업하면, 이 사람과 결혼하면, 회사에서 진급하면…,’ 내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느낄 때까지 밀어두었던 그 말은 사실상 진짜 합격을 해도,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도 하지 못했던 말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애초부터 인간에게 완벽한 불행도, 행복도 없다고 말한 것 같다. 그러니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느낄 때까지 그 말을 아끼지 말고, 이쯤에서 “나, 행복하다”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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