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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아직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도, 내가 선택한 길이 비록 내 길이 아니었다고 해도.
우리의 인생에는 내비게이션도 지도도 없었으니까

나는 내가 한 참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진지하게 찾을 때, 내 동생은 이미 자신이 정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조금 있는 내 동생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다. 중학교 때 우연히 미용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인문계를 가라는 엄마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먼 실업계를 택했다. 

 

동생이 그 실업계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건 단 하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미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중학교 때는 뭐가 되고 싶었는지도 몰랐고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인문계를 갔는데 동생은 달랐다. 나보다 훨씬 더 일찍 자신의 길을 생각했고 헤어 디자이너라는 멋진 꿈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거의 다 온 고등학교 3학년, 조금씩 학교에서 취업을 나갈 시기에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나 미용이 하기 싫어요.” 

 

동생은 미용이 자신의 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용한다고 자신을 힘들게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웠지만, 더 이상 마음속에 있는 말을 미룰 수 없었던 것 같다. 동생은 자신이 남들보다 슬럼프가 조금 더 일찍 찾아온 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교를 제외하고 학원도 열심히 다니면서 나름대로 극복하려 노력도 해 보았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막상 직접 부딪쳐 본 미용은 생각보다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았고, 동생은 더 이상 이 일에 아무런 흥미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꿈이란 것이 사실 그렇다. 차라리 포기하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지만 막상 포기하고 나면 더 큰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세우던 계획과 꿈이 한순간에 포기와 실패라는 단어로 떨어지게 되면서 자신에게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같이 들 것이다.

 

물론 잠시 마음은 아프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거나 다시 도전하는 일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동생한테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열심히 했다면, 그래서 동생이 후회가 남지 않는 다면 비록 그 길이 네 길이 아니었을 지라도 충분히 가치 있었고 배운 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고등학교 때 동생이 하고 싶었던 미용을 안 해봤다면? 그래서 동생이 애초부터 그 길로 가지 않고 엄마 말대로 인문계로 갔더라면 아마 동생은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아쉬움과 함께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해봤기 때문에 후회는 없고, 동생이 최선을 다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이 세상에 처음부터 자신의 길을 잘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내 길을 찾다가 여러 번 아닌 길로 다녔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고, 조금 찾은 지금에서야 겨우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나는 내 동생에게 지금은 마음이 많이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더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진짜 너의 길이 미용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혹은 멀리 돌아 다시 미용으로 돌아오게 될지, 그거 역시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길을 모르기 때문에 인생을 헤매고 또 헤맨다. 하지만 그거 역시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인생이 내비게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한 번에 자신의 길을 딱 맞게 찾아갈 수 있겠는가.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거 역시 당연한 일이고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만, 이 길이 진짜 내 길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지만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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