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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걸 지금 당장 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절대 현실에 진게 아니에요. 그 자체로, 당신은 멋진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보는 책에서는 보통 꿈을 찾아라, 그래서 하고 싶은 걸 해라,라고 말한다. 나 역시도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나와 생각이 같지 않고, 여건도 같지 않다. 하고 싶은 게 없을 수도 있고, 있어도 못할 수도 있다. 

 

나에게는 형부가 한 분 계신다. 처음엔 형부가 그렇게 바쁘신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신 분이었다. 회사 특성상 주말에도 자주 쉬지 못하며 회사를 나가셨고, 그렇게 힘들다는 야간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하루는 언니네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오랜만에 형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나와 형부는 꽤 친한 편이라 그동안 서로 바빠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식사 자리에서 마음껏 신나게 털어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형부에게 요즘 나의 힘든 마음을 이야기했다.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찾아 공부를 시작하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게 도통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형부에게 찡찡 거리다가 문득 궁금해진 나는 형부에게 물었다. “형부는 지금 하고 계신 일이 형부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형부의 꿈은 어떤 거였어요?”

 

가끔 궁금했다. 나이를 더 먹고 지금 위치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올라간 자리 일까? 아니면 어쩌다 보니 올라간 자리 일까? 가끔 우리 부모님에 어렸을 적 꿈은 뭐였을지 호기심을 가졌던 마음과 같았다. 

 

내 말을 듣던 형부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대답하셨다. “당연히 아니지. 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꿈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처음부터 먹고 사느냐 바빠서.”

 

형부의 말에 나는 하하, 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몰라도 이상하게 내가 형부 앞에서 뭔가 실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날 형부와의 식사를 다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문득 형부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꿈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내가 만약 지금 20대 중반인 나의 친구에게 그 말을 들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찾아봐라.” 혹은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걸 해라”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이 세상에 꼭 꿈이 있어야 하는 걸까? 꿈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마치 중요한 걸 갖지 못한 사람 마냥 주눅 들어야 하는 걸까? 

 

만약 오늘 밤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했을 것같다. 하지만 형부를 보면서 절대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내가 집에 와서 잠들기 전에 떠올린 형부의 얼굴은 존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도 힘들면 힘들다고 찡찡대고, 불평불만을 자주 내비쳤다. 그런데 형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끈기 있게 해내고 계셨다.

 

대단했다. 꿈을 가지고 있는 나보다 더 멋있었다. 하고 싶은 것 앞에서 힘듦을 견디는 나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힘듦은 견디는 형부 이 두 사람 중, 나보다 형부가 진정으로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진정으로 알고 삶으로 찾아가고 있을까? 도중에 포기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예 내 꿈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건 꿈이 있는 사람이 멋진 게 아니라, 자신이 지금 처한 현실 앞에서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멋진 사람이었다. 

 

여건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꿈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더 행복한 길이 될 때도 있다.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내 친구들은 열심히 꿈을 찾아서 지금 이 늦은 나이에도 다시 공부하겠다고 고시원에 들어가요. 다들 이 바쁜 현실 속에서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제가 한심해 보여요.’

 

꿈이 없으면 괜히 내가 남들보다 중요한 걸 가지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꿈이 있어도 상황에 따라 잠시 포기하면 마치 내가 현실에 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때, 나는 그런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꿈도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지만 그 자리에서 자기가 하기 싫은 일도 열심히 하는 당신이 어쩌면 꿈이 있는 나보다 더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꿈을 찾고 나아가는 사람들도 정말 멋있지만, 당신의 삶도 그 이상으로 대단하다고. 그러니 나 자신에게 격려와 칭찬을 해줘야 한다고.  

 

나는 그날 형부에게 문자를 남겼다. 꿈을 이룬 사람들보다 나는 지금의 형부를 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건 분명 진심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멋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지 않았던 일도 내 일이라 여기며 인내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 역시 내 안에서 더욱 존경심이 들었다. 그건 정말 어렵고, 대단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다.    

 

*****

 

 

안녕하세요, 작가 은혜입니다. 

30개의 글을 끝으로 ‘느리게 어른으로 걸어가기’라는 매거진은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느리게 어른으로 걸어가기를 사랑해 주시고, 

공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주에는 새로운 매거진과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더 공감 가는 글, 따뜻한 글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신 구독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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